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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 세상에서, 내 힘으로, 나답게, 잘 먹여 살리다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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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이 세상에서, 내 힘으로, 나답게, 잘 먹여 살리다 가는 것‘

파잔(phajaan)jpg파잔(phajaan)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된다는 것과몽둥이의 고통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자유를 향한 자기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몽둥이를 든 가난한 자들에게 분노하게 된다하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것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 했을 것이고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 채사장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

 

 

여느 사람들도 그럴까?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삶의 비밀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자도

믿고 따르고 싶은 롤모델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 바깥에 대한 호기심과 끌림이 있었지만 모두가 나를 막아서곤 했다

그들은 부모도 선생님도 때론 친구도 그리고 남편이 되기도 했다

 

 

나는 이미 세상에 태어났고 어떻게 하면

이 한번뿐인 인생을 좀 더 진하게 음미하고 삶의 향기를 만끽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거다 싶게 내 전부를 바쳐 도전하고 싶은 것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삶이란 단순히

이유없이 태어나고 시간에 따른 숙제들을 마치고 이유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가?

이다지도 무의미하다는 것이 허무하고 아쉽고 시시했다

 

 

남들이 그렇듯 인생의 시간표를 따라가다보면 무언가 있을까?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고 전시하는 것이 삶인가? 하던 때가 있었다

그에 맞춰 학창시절엔 공부를 곧잘 했고

결혼적령기엔 적당히 훌륭한 남편감을 찾아내 결혼했고

적당한 때에 맞춰 아들 딸 하나씩을 낳고

적당히 이사도 하며 30평대 아파트와 자동차 자산들을 만들었다

 

 

이게 내가 원해서 한건지

사람들 눈에 보이자고 한건지....

적당히 맞춰 사는 거지 특별한 삶이 어딨어?’ 라는 자조섞인 말들로 적당히 눈감으며 말이다

 

 

부지런히 제 때에 인생의 숙제들을 해 내고도 여전히 삶은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숙제를 하면서도 공허한 느낌이 들 때,

적절한 시기마다 어른들은 한 마디씩 거들었다

 

 


"판검사할 거 아니면 여자 팔자 다 똑같다 하나야! 별거 없데이"

 

 

"평범한게 사는 게 제일이데이"

 

 

 

 

그 말을 하던 그 어른들은 혹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인간의 파잔의식'을 통과한 분들이 아니었을까?

내게 질문을 멈추라고 한 무수한 조언들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다그친 말들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충고들

 

 

 

 

나는 특별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나로 태어난 이상 나로 살아야 하는 것일뿐

나로써 산다는 실험조차 해 보지 못하고, 남을 흉내내며 인생을 채워왔던 것이

내가 통과한 파잔의식이었다

 

 

누구보다 남들처럼 삶을 잘 흉내내고 따라하며

점점 그것에 능숙해져 사람들의 모범이 되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세상이라는 공장의 자동기계가 아니다

그러니 매뉴얼에 따라 순서를 지켜 기한내에 제작해야 할 훌륭한 인생이라는 완성품 따위는 없다

 

 

세상의 관념속에서 모범이 되려하던 삶에서 벗어나

내 의식안에서 정합된 나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 나는 독립과 분리를 선택했다

이 길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로써 살아가기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

증명해서 보여주겠어 따위의 오기 역시 아니다

비로소 생의 숙제들을 모두 마쳤기에 가능한 선택일 수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은 정말 단순했다

나를 이 세상에서, 내 힘으로, 나답게, 잘 먹여 살리다 가는 것

 

 

우습게도 이 단순함을 깨닫기까지 시간을 참 많이도 썼다

때로 단순함은 너무 하찮아서 눈에 띄지도 , 눈 앞에 보고도 알지 못할 때도 많다

이 단순함을 내게 각인시키기 위해

내 삶은 나에게 그렇게 빙빙 돌아가는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삶의 주기에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목소리는 전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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