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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소는 정신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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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실 청소는 정신적인 일이다

친정엄마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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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 친정집은 언제나 그렇듯 늘 그대로다

 

 

깔끔하게 정돈 돼 있고, 살림은 늘 간결하다.

 

 

하지만 군데군데 손대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고, 씽크대 손 닿는 곳에 기름때도 껴 있었다.

 

 

그걸 놓칠 우리 엄마가 아닌데....

 

 

 

 

 

겹겹이 쌓인 살림살이 구석구석이 내 눈에 보이는 건,

 

 

가게 때문에 바빠진 엄마가 집에 오면 피곤해서 아무도 없는 집안의 살림따위 등한시하기 시작한 덕분일까?

 

 

나도 나름 10여년차 주부라고 눈에 띄인것일까?

 

 

 

 

 

어쨌든, 정돈은 항상 되어 있으니 먼지나 털어내고, 청소기나 돌리고 씽크대 기름때나 한번 닦아내면 그만일 일이었다.

슬쩍 일어서서 앞치마를 둘러 메어 본다.

 

 

 

 

 

청소기가 어디있을까나~있을법한 곳을 몇 군데 보니 역시나 거기에 있다.

 

 

정리정돈은 하여튼~

 

 

 

 

 

청소기를 꺼내다가 바닥을 쓸어내다 보니, 정말 청소는 한참을 손 대지 않으셨나 보다.

 

 

구석구석이 사람 사는 곳만 피해 먼지가 적잖이 밀려나와 있었다.

 

 

 

 

 

청소기만 한바탕 돌려도 정돈 잘 된 친정집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 같다.

 

 

정돈이 잘 돼 있어서 걸리적 거릴 것도 없고, 구석구석 참 청소할 맛 나는 집이었다.

 

 

 

 

 

시집 오기 전에 살땐 그렇게 구조가 맘에 안 들었던 친정집.

 

 

널찍하지도 않고, 뻥 뚫린 것도 아니고 저층이라 어두컴컴한 친정집이 별로였다.

 

 

지금 다시 둘러 봐도 달라진 건 없는데, 왜 그럴까?

 

 

애들 살림이 없어서 그런가? 엄마야 워낙 정리정돈에 있어서는 한 평생 외길 인생을 걸어오셨으니 그 축적된 내공?

 

 

 

 

 

살림을 등한시하는 나와는 반대로 엄마는 평생을 정리정돈에 승부를 거셨다.

 

 

생전 청소니 정리니 하지 않는 딸방을 그렇게 치워대면서 

 

핑계는 꼭 '사람들이 오면 보잖아' 였다.

 

 

그럼 그냥 내 방문을 닫으라고. 고생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할 터이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치우라는 엄마의 말도, 문만 닫으라는 내 말도.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난 나중에도 안 치울거고, 엄만 사람들 보기에가 아니라 엄마가 보기 좋으려고 였을거다.

 

 

 

 

 

결혼을 하고  멀리 이사오면서 친정과는 멀어져서 엄마는 우리집에 한 번도 안 오셨다. 못 오신건가?

 

 

그러다 처음 전세가 아닌 우리집으로 이사가던 날 수 년만에 엄마가 왔다.

 

 

큰 아이가 5. 둘째는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대신해서 살림살이 정리를 해주러~

 

 

아직도 아이 돌보기가 어렵던 우리 부부는 새벽에 애가 깰까봐 조심조심하는데 , 엄마는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겁도 없이 내고 계셨다.

 

 

"아 엄마 지금 몇신데? 애 깬다. 이제 그냥 자. 자고 내일 해

내일은 일 안할거야? 자고 내일 해. 엄마

애가 깨서 그래~"

 

 

"성식이 깼나? 다했다 다했다~"

 

 

씽크대 수도를 잠그고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 옆에 와서 

 

잠든 손주를 요리조리 만져가며 다시 재운다.

 

 

"하이고~지도 머시 들린다꼬 소리나가 깼나? 자자. 자자 성식아

 

할매 다 했어. 이제 자자.

 

 

하이고 지도 듣긴다꼬~ 그쟈~~~? 우예 이리 잘생깄노~"


 

 

"~~엄마 이 시간까지 한거야? 대박

 

내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청소가 좋아서 하는거야. 맞지?"

 

 

"청소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딨노~할끼 많아가 하지~

 

하이고 니는 살림도 와 이리 많노~다 쓰는기가?"

 

 

폭풍 잔소리가 이어지기 전에 나도 아이랑 잠들련다.

 

아이가 잠들고 나도 다시 잠이 들락말락~

 

 

새벽 3.

 

 

부엌에 수도 소리가 다시 들리고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다시 들린다.

 

 

맙소사. 이 시간에 또 해? 밤을 새겠다는 거야?

 

 

진짠가봐. 분명해~! 엄마는 좋아서 하는거야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야. 이건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야.

나 그냥 자도 돼!

 

 

말리면 엄마 스트레스 받을거야. 승질대로 하게 내비둬내비둬~

 

 

 

 

 

 

 

 

엄마는 청소를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기도 했었다.

 

 

그래도 뭔가 기분탓이라기엔 엄마 집은 청소하기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

 

 

복잡한 삶을 인내하고 살아내는 사람에게는 나머지 일들을 단순화 시키는 계책이 저절로 서는 거 아닐까?

 

 

나에게 청소는 하나의 일이다. 무거운 숙제, 과제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고 누군가에게 미뤄도 결국 내 손이 갈 곳이 남아있는 일.

 

 

엄마라고 달랐을까?

 

 

나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한 삶을 산 엄마에겐,

 

 

매일의 숙제인 청소 따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무의식이 작용한 게 아닐까?

 

 

그런걸꺼야.

 

 

 

 

 

밥솥을 닦아내고, 씽크대를 닦아내고, 묵은 먼지를 닦아내면서

 

 

이런 엄마 살림 참 처음본다 하면서도, 그래도 내가 할 몫이 있는 날도 오는구나

 

 

그냥 보고도 지나치는 나였는데, 왜 나는 또 이렇게 나서서 하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이렇게 되는건가?

 

 

 

 

 

한편으론 내가 너무 많은 살림을 끌어안고 살고 있구나. 집에 가면 단촐하게 살림들을 좀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살림들을 만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겹겹이 앉은 묵은 살림때를 닦아내면서 내 맘은 참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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