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맑음속초16.7℃
  • 맑음17.3℃
  • 맑음철원19.2℃
  • 맑음동두천19.8℃
  • 맑음파주18.6℃
  • 맑음대관령16.8℃
  • 맑음춘천18.4℃
  • 맑음백령도16.6℃
  • 맑음북강릉19.4℃
  • 맑음강릉20.4℃
  • 맑음동해18.8℃
  • 맑음서울19.7℃
  • 맑음인천17.5℃
  • 맑음원주17.4℃
  • 맑음울릉도14.7℃
  • 맑음수원18.6℃
  • 맑음영월15.2℃
  • 맑음충주17.1℃
  • 맑음서산17.6℃
  • 맑음울진16.9℃
  • 맑음청주17.5℃
  • 맑음대전18.5℃
  • 맑음추풍령15.9℃
  • 맑음안동14.1℃
  • 맑음상주15.3℃
  • 구름조금포항15.5℃
  • 구름조금군산17.4℃
  • 구름많음대구16.2℃
  • 구름많음전주16.3℃
  • 구름조금울산15.7℃
  • 구름많음창원17.1℃
  • 구름조금광주15.9℃
  • 구름조금부산17.9℃
  • 맑음통영17.0℃
  • 구름조금목포16.3℃
  • 구름조금여수14.7℃
  • 구름많음흑산도17.9℃
  • 구름조금완도19.1℃
  • 구름조금고창17.0℃
  • 구름많음순천16.5℃
  • 맑음홍성(예)19.0℃
  • 맑음16.6℃
  • 구름조금제주17.7℃
  • 맑음고산18.4℃
  • 맑음성산17.4℃
  • 맑음서귀포18.7℃
  • 구름많음진주16.2℃
  • 맑음강화17.4℃
  • 맑음양평16.8℃
  • 맑음이천18.2℃
  • 맑음인제17.8℃
  • 맑음홍천17.4℃
  • 맑음태백18.0℃
  • 맑음정선군17.3℃
  • 맑음제천15.8℃
  • 맑음보은15.9℃
  • 맑음천안18.0℃
  • 맑음보령17.0℃
  • 구름조금부여16.7℃
  • 맑음금산17.6℃
  • 맑음18.8℃
  • 맑음부안17.8℃
  • 구름많음임실16.7℃
  • 구름조금정읍18.0℃
  • 구름조금남원16.6℃
  • 구름많음장수17.1℃
  • 구름조금고창군17.2℃
  • 구름조금영광군17.9℃
  • 구름조금김해시17.6℃
  • 구름조금순창군16.4℃
  • 구름조금북창원17.8℃
  • 구름조금양산시17.9℃
  • 구름조금보성군17.5℃
  • 구름조금강진군18.3℃
  • 구름조금장흥18.5℃
  • 구름조금해남18.4℃
  • 맑음고흥18.7℃
  • 구름많음의령군16.6℃
  • 구름조금함양군16.0℃
  • 구름많음광양시18.0℃
  • 구름많음진도군18.1℃
  • 맑음봉화15.2℃
  • 맑음영주14.6℃
  • 맑음문경15.0℃
  • 맑음청송군14.7℃
  • 맑음영덕16.4℃
  • 맑음의성15.3℃
  • 맑음구미16.6℃
  • 맑음영천15.9℃
  • 구름많음경주시16.2℃
  • 구름조금거창13.9℃
  • 구름조금합천16.7℃
  • 구름많음밀양15.7℃
  • 구름조금산청15.8℃
  • 구름조금거제16.3℃
  • 구름조금남해14.9℃
  • 구름조금17.3℃
사실 청소는 정신적인 일이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

사실 청소는 정신적인 일이다

친정엄마 살림살이

pexels-liliana-drew-9462143.jpg 

 

 

 

 

오랜만에 간 친정집은 언제나 그렇듯 늘 그대로다

 

 

깔끔하게 정돈 돼 있고, 살림은 늘 간결하다.

 

 

하지만 군데군데 손대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고, 씽크대 손 닿는 곳에 기름때도 껴 있었다.

 

 

그걸 놓칠 우리 엄마가 아닌데....

 

 

 

 

 

겹겹이 쌓인 살림살이 구석구석이 내 눈에 보이는 건,

 

 

가게 때문에 바빠진 엄마가 집에 오면 피곤해서 아무도 없는 집안의 살림따위 등한시하기 시작한 덕분일까?

 

 

나도 나름 10여년차 주부라고 눈에 띄인것일까?

 

 

 

 

 

어쨌든, 정돈은 항상 되어 있으니 먼지나 털어내고, 청소기나 돌리고 씽크대 기름때나 한번 닦아내면 그만일 일이었다.

슬쩍 일어서서 앞치마를 둘러 메어 본다.

 

 

 

 

 

청소기가 어디있을까나~있을법한 곳을 몇 군데 보니 역시나 거기에 있다.

 

 

정리정돈은 하여튼~

 

 

 

 

 

청소기를 꺼내다가 바닥을 쓸어내다 보니, 정말 청소는 한참을 손 대지 않으셨나 보다.

 

 

구석구석이 사람 사는 곳만 피해 먼지가 적잖이 밀려나와 있었다.

 

 

 

 

 

청소기만 한바탕 돌려도 정돈 잘 된 친정집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 같다.

 

 

정돈이 잘 돼 있어서 걸리적 거릴 것도 없고, 구석구석 참 청소할 맛 나는 집이었다.

 

 

 

 

 

시집 오기 전에 살땐 그렇게 구조가 맘에 안 들었던 친정집.

 

 

널찍하지도 않고, 뻥 뚫린 것도 아니고 저층이라 어두컴컴한 친정집이 별로였다.

 

 

지금 다시 둘러 봐도 달라진 건 없는데, 왜 그럴까?

 

 

애들 살림이 없어서 그런가? 엄마야 워낙 정리정돈에 있어서는 한 평생 외길 인생을 걸어오셨으니 그 축적된 내공?

 

 

 

 

 

살림을 등한시하는 나와는 반대로 엄마는 평생을 정리정돈에 승부를 거셨다.

 

 

생전 청소니 정리니 하지 않는 딸방을 그렇게 치워대면서 

 

핑계는 꼭 '사람들이 오면 보잖아' 였다.

 

 

그럼 그냥 내 방문을 닫으라고. 고생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할 터이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치우라는 엄마의 말도, 문만 닫으라는 내 말도.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난 나중에도 안 치울거고, 엄만 사람들 보기에가 아니라 엄마가 보기 좋으려고 였을거다.

 

 

 

 

 

결혼을 하고  멀리 이사오면서 친정과는 멀어져서 엄마는 우리집에 한 번도 안 오셨다. 못 오신건가?

 

 

그러다 처음 전세가 아닌 우리집으로 이사가던 날 수 년만에 엄마가 왔다.

 

 

큰 아이가 5. 둘째는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대신해서 살림살이 정리를 해주러~

 

 

아직도 아이 돌보기가 어렵던 우리 부부는 새벽에 애가 깰까봐 조심조심하는데 , 엄마는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겁도 없이 내고 계셨다.

 

 

"아 엄마 지금 몇신데? 애 깬다. 이제 그냥 자. 자고 내일 해

내일은 일 안할거야? 자고 내일 해. 엄마

애가 깨서 그래~"

 

 

"성식이 깼나? 다했다 다했다~"

 

 

씽크대 수도를 잠그고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 옆에 와서 

 

잠든 손주를 요리조리 만져가며 다시 재운다.

 

 

"하이고~지도 머시 들린다꼬 소리나가 깼나? 자자. 자자 성식아

 

할매 다 했어. 이제 자자.

 

 

하이고 지도 듣긴다꼬~ 그쟈~~~? 우예 이리 잘생깄노~"


 

 

"~~엄마 이 시간까지 한거야? 대박

 

내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청소가 좋아서 하는거야. 맞지?"

 

 

"청소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딨노~할끼 많아가 하지~

 

하이고 니는 살림도 와 이리 많노~다 쓰는기가?"

 

 

폭풍 잔소리가 이어지기 전에 나도 아이랑 잠들련다.

 

아이가 잠들고 나도 다시 잠이 들락말락~

 

 

새벽 3.

 

 

부엌에 수도 소리가 다시 들리고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다시 들린다.

 

 

맙소사. 이 시간에 또 해? 밤을 새겠다는 거야?

 

 

진짠가봐. 분명해~! 엄마는 좋아서 하는거야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야. 이건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야.

나 그냥 자도 돼!

 

 

말리면 엄마 스트레스 받을거야. 승질대로 하게 내비둬내비둬~

 

 

 

 

 

 

 

 

엄마는 청소를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기도 했었다.

 

 

그래도 뭔가 기분탓이라기엔 엄마 집은 청소하기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

 

 

복잡한 삶을 인내하고 살아내는 사람에게는 나머지 일들을 단순화 시키는 계책이 저절로 서는 거 아닐까?

 

 

나에게 청소는 하나의 일이다. 무거운 숙제, 과제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고 누군가에게 미뤄도 결국 내 손이 갈 곳이 남아있는 일.

 

 

엄마라고 달랐을까?

 

 

나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한 삶을 산 엄마에겐,

 

 

매일의 숙제인 청소 따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무의식이 작용한 게 아닐까?

 

 

그런걸꺼야.

 

 

 

 

 

밥솥을 닦아내고, 씽크대를 닦아내고, 묵은 먼지를 닦아내면서

 

 

이런 엄마 살림 참 처음본다 하면서도, 그래도 내가 할 몫이 있는 날도 오는구나

 

 

그냥 보고도 지나치는 나였는데, 왜 나는 또 이렇게 나서서 하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이렇게 되는건가?

 

 

 

 

 

한편으론 내가 너무 많은 살림을 끌어안고 살고 있구나. 집에 가면 단촐하게 살림들을 좀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살림들을 만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겹겹이 앉은 묵은 살림때를 닦아내면서 내 맘은 참 가벼워졌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