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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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그런 때삶이 도무지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고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있다 내가 선택했든 삶이 나를 내동댕이 쳐 버려졌든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느낌 정하는대로 갈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없는 아직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그런 때 그럴 때 만나는 누군가는 그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에 내 삶에 등장한 동갑내기 친구는 복잡다단하게 나의 감정들을 건드렸다 처음엔 수치심이었다 나는 너무 초라해 나는 너무 어리석어 그러니 나는 사랑스럽지 않아 차라리 내가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낫겠어 수치심을 마주하는 동안에는 매순간 1분 1초가 매우 처절해진다 실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 울음이 터지고 세상이 잿빛이다 그리고 서럽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수도 없이 부정하고 방어한다 나를 보호하려고 내 안의 또다른 내가 기를 쓰고 나선다 인간의 무의식은 여기가 마지노선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죽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다음은 열등감이었다 나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 나는 왜 하지 않았었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동안 뭘 했지? 수치심으로 자존감이 무력해지고 시간이 지나 조금 살만해지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열등감으로 넘어간다 열등감을 마주하는 순간은 매우 낯뜨겁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고 금새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분하다 수치심과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르다 적어도 ‘죽고 싶다‘는 아니다 그 다음은 외로움이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것밖에 안되었네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수치심과 열등감을 지나면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어느정도는 받아들인다 노력해서 될 일과 아닌 일이 있다는 것쯤 이해하게 된다 이토록 시시한 나와 악수하고 화해도 한다 그리고 쓸쓸하다 외로움은 필연적으로 타인을 찾는다 제발 나를 사랑해 달라고 당신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면 그러면 마치 나의 이 내면의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사랑하고 , 열심히 일하고 , 열심히 살았다 외로움은 그렇게 해결되는 감정이 아니었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은 때로 매우 길어지고 혼자보다 둘이 더 외롭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만‘ 살았던 이유는 온갖 알은채를 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도 남을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길러낸 적도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까?‘ 라는 생각으로 일도 하고 사랑도 했겠다....... 자애(自愛) 명상을 배웠다 우선 편안하게 호흡하는 것을 나에게 허락해 주어야 한다 편안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한 손을 가슴에 얹은 후에 천천히 그리고 작은 소리로 따라 해보는 것이다 "부디 내가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부디 내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부디 내 몸이 건강하기를" 수박과 바나나 한송이를 사주고 간 다음날 그 친구는 나의 삶에서 퇴장하고 자기 삶에 충실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하필 바나나였을까? 바나나.... 바나나라니.... 허기진 배도 채우고 외로움도 달래보라는 뜻이었나 짐작하고 한 번 피식 웃어본다 그 친구가 나를 좀 더 사랑해주고 좀 더 나를 예뻐하고 표현해주기를 바라던 끝에서 나는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어서 이렇게 바라고만 있나 생각해보니 내가 내어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부디 안녕하기를 빌어주고 바라는 것 뿐이었다 그건 멀리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편히 이 친구를 놓쳐주었다 사소한 다툼 끝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이라는 말에 발끈했지만 나의 잘못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함부로 외로울 수 있는 상황에 나 스스로를 던져놓고 외로움 따위 의연하게 견딜 수 있다고 믿은 나의 어리석음이었다 내 안의 낯 뜨거운 온갖 감정들을 들쑤셔놓은 그 친구는 나쁜 놈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망망대해에 혼자 던져진 이 때의 나에게 가장 좋은 스승이기도 하였다 내 삶의 가장 바닥이라 믿고 싶은 지금의 순간들을 지켜봐주어서 감사한 아직은 더 살만하다고 믿게 해준 용기를 주어서 감사한 부족한 나를 호되게 야단치지 않고 늘 생각할 시간을 주어서 훌륭한 친구였다 자비 명상을 그 친구에게도 보내본다 "부디 당신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부디 당신의 마음이 편안하기를" "부디 당신의 몸이 건강하기를" "부디 당신이 고요하고 평온하기를"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 친구가 나의 기도처럼 평안하게 지내고 있다면 내심 그건 다 내 기도 덕이라는 위안을 할 수 있는 때가 부디 오기를 thank u, next 블레즈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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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총량의 법칙.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대나무숲이 있어야 한다 한없이 무너지고 싶은 날 무슨일이냐고 아무것도 따져 묻지 않고 피상적인 위로나 격려 따위 없이 아무 설명 없이 무너져도 괜찮은 곳, 그런 곳 그 앞에서 무너져 펑펑 울고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툭툭 일어날 힘을 얻는 그런 곳 며칠 전, 이유 없이 마음이 조급하게 쫓겨 오갈데를 모르더니 점점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장악해가고 있었다 한두시간 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예감에 어딘가 알리고 쏟아낼 곳을 급히 찾았다 부모님은 걱정하실테고, 가벼운 친구들은 놀랄 것이고, 쎈 캐릭터의 친구들에게 불안 따위 말해봐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단번에 알아채 줄 사람이 필요했다 위로나 격려 따위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 가타부타 설명없이 쏟아내도 안전한 곳 10년 가까이 이어온 모임이었다 적당한 거리에서 느슨하게 나를 늘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모임이었다 근래의 소식은 대략 알고 있으니 내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알아 들어줄 사람들 그리고 반드시 나를 일으켜 줄 사람들 “지난주부터 이상하게 우울하네요... 일은 계속 열심히 하고 있고 그래서 체력도 확실히 좋아졌는데 불안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불안한거 아닌거 같은데 그냥 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뭔가가 두려운거 같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막 눈물도 나고.... 엄마한테 말하면 걱정하실거 같고 유일한 친구는 쎈 캐릭터라 우울 따위 말해도 씨알도 안 먹히고 그냥 우리 톡방에라도 올려놔야 될 거 같아서 갑자기.....별 일 없겠죠? “ 툭 써놓고 나니, 그제서야 울음이 터져 꺼이꺼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을 울고 나니 두려웠던 그 무언가 해소되면서 갑자기 천근만근이던 몸이 가벼워져 어이없게도 몇 주씩 미뤘던 집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참지 말고 풀어가며 하라며 우울해도 되고 참지 않아도 된다고.... 힘들면 징징대도 된다고 이 나이를 먹도록 아직도 단단하지 않고 약한 내가 나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남들에게 짐이 될 것만 같은 수치심에 힘들어도 괜찮은 척, 명랑한 척 하고 지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덜자란 어린애인 것을..... 들키면 안되는 줄 알았다 나만 빼고 다들 어른 같고, 다들 강한 것 같아서, 약한 나를 싫어할 것 같아서 였다 아니었다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 모두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나보다 단단해 보이던 그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지금 나의 시기를 치열하게 견뎌온 사람들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설픈 위로나 충고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대신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 ”하나씨 내가 옛날에 얼마나 진상이었는지 얘기 했었죠? 난 3년을 했다구요 사람들이 나를 싫어서 안 만나려고 할 때까지 다 했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풀리더라구요 난 3년은 해야 풀리는 애였어요“ ”나를 액받이 무녀라 생각해요 나한테 다 던져요 난 괜찮아요 나도 예전에 주위 사람들 전부에게 던졌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저는 알아요“ ”언제든 와요. 같이 밥 먹어요“ 지랄총량의 법칙. 지랄은 다 해야 끝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걸 다 견뎌줄 맷집이 있는 사람들 그들이 대나무숲으로 적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