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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나 낳았을때 마음이 어땠어?

기사입력 2023.12.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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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그랬다.

     

     

    그래도 니 낳고는 서울로 살림 날끼라고 엄마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때는 지인~짜 좋았어

     

     

     

     

    그 말 덕분인지 모르겠다. 내가 마음속으로 엄마와 정말로 화해가 된 건.

     

     

    내가 엄마한테 행복함을 주었다는 사실.

     

     

    사실은 내가 엄마에게 그렇게 귀찮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

     

     

     

     

     

    나를 낳고는 그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고 살림을 날 거라고 좋아하는 젊은 엄마가 떠올랐다.

     

     

    그 시점에 태어났을 뿐인 나를 복덩이라고 의미를 덧붙여 더 좋아했을 엄마가 보이는 것 같았다.

     

     

    곧 이사를 하면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 30대의 젊은 새댁이었을 우리 엄마.

     

     

    딸이라 그런지 더 예쁘다라고 말하며 웃고, 행복해하며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그만 황홀해졌다.

     

     

     

     

     

    엄마가 나 때문에 행복한 적도 있었구나.

     

     

    그래, 어찌보면 엄마가 나 때문에 행복한 적이 많았겠구나.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보며 마음이 행복하고 흐뭇한 걸 보면...

     

     

    아빠 때문에 구겨지고 힘들어진 엄마 마음 한편엔 그래도 내가 늘 사랑스럽고 예뻤겠구나.

     

     

     

     

     

    하이고~니는 좋은 일만 있었어.

     

     

    시골 내려올 때도 그래. 니 고1 때니까 사춘기 아이가.

     

     

    어디 다른 시골, 머 강원도나 전라도나 이런데서 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 살다가 그 시골로 이사를 했는데 

    싫다 소리도 안하제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니까 엄마는 고마웠지.

     

     

    그라고 2학년땐가? 반장도 안 했나. , 2학년, 3학년 두 번 했나

    그 봐라~. 전학가가 반장 2년 동안 하기가 쉽나~

     

     

    대학도 특차에 한 번에 안 붙었나. 그것도 국립대

    엄마가 하도 국립대 아니면 안 된다고 세뇌를 시켜갖고 니가 그래 안 됐나 ㅎㅎ

    그 때 경북대를 갔어야 되는데. 그 때 넣었어도 아마 됐을거야. 그치? “

     

     

     

     

     

    “우리가 할머니 집에 모시고 십 몇년을 살았는데 니 방 창문 열면 베란다 아이가

    그 베란다 쓰레기통에 할매 기저귀 땜에 똥 오줌 냄새가 방에 그렇게 진동을 하는데

    니는 참말로 냄새난다고 불평도 한마디도 안하고....

     

     

    여름 되마 방에 창문도 몬 닫고 냄새가 진동을 할 낀데도 한 번도 냄새난다고 소리를 안하드라고

    그 때는 참말로 엄마가 미안하드라. 한창 여고생이 깔끔 떨고 유난떨고 할낀데, “

     

     

     

     

     

    그 때쯤 목이 메었던 거 같다.

     

     

    ......엄마가 아는구나.

     

     

    맞아.... 냄새 많이 났었지.

     

     

    그래도 그냥 그렇게 사는 건줄 알았지, 난 불평할 꺼리라곤 생각 못 했는데...그래서 난 원망하는 건 없었는데....

     

     

    엄만 그런 것도 하나하나 고마웠구나...

     

     

     

     

     

    추억은 웜홀 같다지. 시공간을 초월해서 그 때의 시간 그때의 나로 한꺼번에 빨려 들어간다고...

     

     

    엄마 얘길 들으니 그 때 할머니 기저귀 냄새가 다시 난다. 난 싫지 않았는데. 냄새라고 못 느꼈는데

    그 방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좋은데

    난 오히려 그립다 할머니 냄새. 드시는 약 때문에 약간 병원냄새 같았던 할머니 기저귀 냄새.

     

     

     

     

     

    그 때의 엄마는 대학생인 오빠와 고등학생인 나까지 자식 둘에다 

    중풍으로 누워계신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그저 살기에 바빴고,

     

     

    감수성 예민한 그 때의 내게 그 공허한 간극을 메꿔주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있어서 난 그나마 좀 포근했는데....

    그래서 그건 나에게 냄새가 아니라 추억같은건데...

     

     

     

     

     

     

     

     

    엄마, 나 태어났을 때 엄마 마음이 어땠어?”

     

    라는 질문 하나로 행복한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나의 탄생이 부모에게 소중했다는 얘기가 나의 자존감을 한꺼번에 쑤욱 올려줬던 것 같다.

     

     

    나의 존재는 부모로부터 왔으니까.

     

     

    그 당연한 진리가 부모의 말이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가를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서울로 살림을 나 희망에 찼던 젊은 새댁이 신랑과 재미지게 살기까지 했다면, 나는

     

     

    재수없다 저리가라.” 라는 모진 말이 아니라

     

     

    엄마가 너 낳고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니?” 라는 달콤한 말들을 진작 듣고 살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였구나...

     

     

    나 사랑스러운 아이 맞구나!

     

     

     

    라는 생각에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오늘따라 목울대가 왈칵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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