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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마음

기사입력 2023.07.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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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9시 13분.


     


    “연아야~ 얼른 신발 신어”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 아파트 정문 앞에 은재 엄마가 은재와 함께 도착해 있다.


    “언니~요새 다이어트 해?? 얼굴이 조막만 해~”


    “나 원래 조막만 해~조만간 얼굴 없어진다. 있을 때 잘 봐둬~”


     


    나만 혼자 속으로 베시시 웃는다. 저 언니 농담도 잘한다고 은재 엄마는 속도 모르고 따라 웃는다.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는 혼자 있다. 외롭다는 얘기가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공간에 나 혼자.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의 방.


     


    사람들이 나를 통해서 당신을 느끼는 듯 하고,


    달라지는 나를 눈치 채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난 당신이 느껴지고.


     


    ‘이뻐진다’, ‘행복해 보여’, ‘즐거워 보인다’ 는 이야기를 이렇게 자꾸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또 혼자 속으로 웃음이 나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고, 연락이 없어도 연락이 닿아 있는 느낌이 들고..


    맞아. 난 연애 하고 있어.


    그것도 남들한테 자랑할 수도 없는 연애


    그래서 더 자랑하고 싶은 연애


    이런 연애라도 못 하고 있는 네가 더 불쌍해지는 연애


    세상이 다 내꺼 같은 느낌이 들게 해 주는 연애


    너 말고 세상이 다 하고 있는 연애


    그래서 어딜 가서도 초라해 지지 않는 연애


    내가 이렇게 멋진 여자였는지를 처음 알게 해주는 연애


    그냥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은 건지, 나를 사랑해 주는 당신이 멋있어서 인건지


    구분 할 수도, 구분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연애


     


    넌? 넌 어때?


    네가 꿈꾸는 연애는 어떤 모양이야?


     


    구릿빛 피부에 울끈 불끈 근육질의 멋진 남좌?


    맘만 먹음 언제든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정도 할 수 있는 재력가?


    재력 정력 체력을 모두 갖췄지만 나만 바라보는 순정파?


    나를 두고 멋진 두 남자가 싸우는 장면?


    내가 원하면 언제든 뭐든지 해줄 수 있는 츤데레?


     


    그런 거라면 넌 진짜 연애가 어떤 건지 모를 꺼 같은데~~~?


    넌 연애를 하이틴 로맨스 소설로만 본 여고생이거나,


    아직은 제대로 연애를 못 해본 스무 살이거나,


    연애도 해봤고 결혼도 했지만, 맘 속 진짜 갈증을 해소 해본적은 없는 현실에 안주해 버린 아줌마 이거나~


     


    나? 나는 현실에 안주해 버린 아줌마‘였’어


    적어도 난 멋진 연애를 했고 멋진 남자를 만나서 사랑했고, 사랑받고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어.


    내 삶은 완벽하다고 말이지. 이 연애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연애니까 여기서 읽은 모든 건 비밀에 부쳐줘야 해.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야.


     


     


    난 그냥 동네 ‘연아 엄마’ !


    502호 멤버^^


    아침에 애들 보내고 나면 슬렁슬렁 얘기하다 걷다 약속하지 않아도 502호로 함께 들어가


    그럼 은재 엄마가 커피랑 과일 과자를 줄줄이 꺼내 와


    그럼 지난 밤 아이들 혼낸 이야기, 시댁에서 전화 와서 스트레스 받은 이야기, 꼴불견 앞 동 여자 이야기


    신랑이 늦게 들어와 싸운 이야기, 가끔 신랑이랑 끝내주는 밤을 보낸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면, 그 엄마가 점심을 쏘는 식이지~~^^


    다들 부럽다, 좋겠다, 하늘의 별 따기다, '나도 이제 결혼 말고 연애 하고 싶다' 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시리즈가 이어져.


    옆 동네 여자 이혼한 이야기, 이혼 잘하는 방법론, 이혼은 아무나 하냐, 위자료를 안 주는 개망나니 이야기


    바람난 앞집 아저씨 이야기, 바람피우고 각자 이혼하고 오자고 약속해 놓고 여자만 이혼하고 남자는 멀쩡히 살고 있는 이야기....


    나? 나는 들으면서 맞장구 쳐주는, 신랑한테 사랑받고, 시댁에서 사랑받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참하고 조신한 연아 엄마.


    코스프레 인거지. 내 연기가 또 끝내주거든~^^


     


    사람들 보기에 나는 엄청 재수 없을 거 같은데, 나를 계속 껴주는 거 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거 맞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저 많은 종류의 이야기에 다 맞장구를 쳐주거든? 그래도 사람들은 눈치 못 채


    ‘바람’난 이야기, 남편이랑 ‘섹스’하는 이야기들인데 말야


    연아 엄마가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이 많아서 라고만 생각하고 말지~


    내 연기가 너무 완벽한가? 한번 쯤 삑사리 나고 들켜 볼까? 반응들이 어떨까 궁금하네 ^^


     


     


    이쯤 되면 내 연애 상대가 궁금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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