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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득과 자산소득

기사입력 2022.04.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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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었다. 어떤 사회 현상이 생기든 양극화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만 하면 별로 어색하지 않을만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쪽과 저쪽, 내편과 반대편을 가르는 것에 익숙한 사회가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소득의 양극화, 더 쉬운 말로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빈부격차는 선사시대부터 존재해왔다. 사냥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때에도 사냥을 잘하는 사람의 집에는 고기가 많았고 사냥을 못하는 사람의 집에는 고기가 적었는데, 본인과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능력의 차이는 그때에도 엄연히 있었던 것이다. 이후 농경시대가 열리고, 화폐가 등장한 후 시간이 더 지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는 몇 가지 다른 개념의 소득을 갖게 되었다. 크게는 노동소득, 자산소득, 불로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상당수의 인간은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하는 것을 한 달간 반복한 후 받는 노동소득으로 본인과 가족을 부양한다. 그리고 자산을 주식이나 부동산, 또는 다른 유무형의 가치에 투자하여 얻는 소득이 자산소득이고, 불로소득은 말 그대로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의 한 원인이 이 세 가지 소득에 숨어있다. 우선 노동소득의 격차이다. 이해하기 쉽게 노동소득을 연봉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버는 사람과 많이 버는 사람의 차이,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과 대기업 다니는 사람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부터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의 격차인데, 개인이 평생 직장에서 일을 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과, 서울에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한 후 오르길 기다려 매도하여 얻는 시세차익의 갭 또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평생 일해서 받은 연봉으로 서울 아파트 하나 사기도 어려운 마당에, 아파트를 여러채 사놓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평생 일해서 받은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순식간에 거머쥐는 것을 보며 허망해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허망함 끝에는 나라고 못할까 하는 과감함,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산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의 격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세 번째로, 자산소득, 그중에서도 투자와 투기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조금 주춤한 듯 보이지만, 가상화폐 광풍이 불 때가 있었다. 돈복사기라는 말까지 등장하면서 월급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서 가상화폐에 밀어넣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가상화폐로 번 돈을 자산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산소득과 불로소득 사이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물론 투자자산을 마련하는 데에 수고가 들었고 가상화폐의 종류를 골라서 매수하는 데에 정성이 들어갔으니 자산소득 아니냐라고 하면 별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투자인지 투기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필자는 투자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그러한 행위가 나쁜 건 아니다.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인간이 법과 도덕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치로 누리려는 행동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법으로 얻은 자산소득이 아무리 달콤하다고 해도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노동과 그 대가로 벌어들인 노동소득을 비웃는 사회가 되어버리면 그렇게 양극화에 빠진 사회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자산소득에 비해 노동소득이 보잘것 없어지면 노동을 하려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산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노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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